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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꿈
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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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아날로그의 꿈

By 안희찬 (스토리텔러) 

지난 7월, 구닥(Gudak) 앱이 등장했다. 구닥은 등장하자마자 유료 어플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며 모든 SNS 사진들을 #구닥 으로 만들었다. 필자는 이 현상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현대 기술자들은 우리의 눈으로 구별 할 수도 없을 정도의 선명하고도 깔끔한 화질을 만들었는데 왜 인간은 다시 ‘구닥다리’ 아날로그로 돌아가려고 하는 걸까. 그걸 또 왜 감성적이라고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며 걷는 도중, 순간 나도 아날로그가 빚어낸 감성에 빠져 사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스트리밍이 아닌 MP3를 통해 음악을 듣고 있는 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품에 다시 스며든 아날로그 감성. 오늘은 다양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아날로그의 반란에 대해 알아보겠다.

1. 필름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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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카메라, 사진 출처 : Hypebeast>

구닥과 랃 캠코더 (Rad VHS Camcorder - Retro Camera) 어플 등의 성공은 오프라인 시장 카메라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어플들은 필름 카메라의 특징을 디지털로 구현한 어플들이다. 구닥의 경우 한 번 촬영 하는데 24장의 사진만 찍을 수 있다. 이 마저도 3일 후에야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 우리가 썼던 필름 카메라와 유사한 특징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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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 어플, 사진 출처 : 직접 촬영>

사람들은 스마트폰에서 느끼는 아날로그의 감성을 ‘진짜’로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은  필름 카메라와 일회용 카메라를 구입했다. G마켓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일회용 카메라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34%가 올랐다고 했다. 필름 카메라 또한 42%의 판매량 상승을 이뤄냈다고 한다. 동시에 한동안 불황을 겪었던 필름 현상소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2. LP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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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스마트폰 음악 스트리밍을 통해 음악을 즐긴다. 그 어느 때 보다 편리하게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오늘날의 음악 시장에서도 아날로그의 반란이 들이닥쳤다. 바로 LP판을 통해서다. LP판을 통해 음악을 듣는 것은 불편함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턴테이블이 있어야 하고 LP판 자체도 오프라인에서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불어 LP판에 스크래치라도 생기면 음이 튀는 탓에 완전한 음악을 즐길 수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좇으며 LP판을 다시금 찾기 시작했다. LP판의 재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시장이 일조했다. 디지털 환경 속, 온라인 시장에서 LP판과 턴테이블은 활발히 팔리고 있다. 또한 10대, 20대가 주로 소비하는 아이돌 기획사의 전략도 있었다. 기획사들은 한정판 LP판을 만들어 팬덤의 소비를 활성화 시켰다. 디지털이 쌓아올린 토대에 아날로그 감성이 더해져 만들어진 LP판의 유행이라 정의할 수 있다.

3. 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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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들러 연필, 사진 출처 : 직접 촬영>

감히 말할 수 있다. 연필은 누구나 쉽게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오브제라고. 필자는 아직까지도 연필을 사용한다. 연필을 이용해 필기를 하면 종이에 각인될 뿐만 아니라 몸에도 각인되는 느낌이다. 사각사각 거리는 연필 특유의 소리는 신비로운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감성은 비단 필자만 느끼는 게 아니었다. 손글씨를 통해 예술적 감각을 표현하는 캘리그래피 (Calligraphy) 나 읽고 쓰면서 책을 느끼는 필사책이 유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필 판매량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아날로그의 반란>이란 책을 집필한 데이비드 색스는 말했다. 아날로그는 4050세대에게 향수를 안겨주고 1020세대에게는 새로운 물건을 선사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디지털 시대에 안겨준 편리함에 권태를 느낀다면 아날로그로 다시 돌아가 보면 어떨까. 과거로 돌아가고픈 욕망은 우리에게 새로운 행복을 선사해 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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