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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의 비밀이 궁금해?
20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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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산타클로스의 비밀이 궁금해?
-산타클로스 캐릭터와 의상의 유래

 By 홍연진 (스토리텔러)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 번화가에는 빨간색 장식과 전구를 휘감은 트리와 산타클로스 모형이 늠름하게 서 있다. 루돌프가 이끄는 썰매를 타고 설경을 뚫는 산타클로스는 단언컨대 크리스마스의 상징이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곳곳에서 산타클로스와 관련한 이미지들을 볼 수 있지만, 한 번도 그 유래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 도상이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산타클로스라는 캐릭터는 언제, 어디서부터 유래한 것일까? 또 빨간색과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의상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산타클로스’라는 말은 270년 소아시아 지방 리키아의 미라(현재 터키 남서부의 한 지방)에서 출생한 성 니콜라우스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자선심이 많아 집안 형편이 넉넉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의 가르침에 따라 민중을 위해 봉사하는 길을 택했다. 사고에서 아이를 구하거나 조난한 배를 구조하는 등 자신을 기꺼이 버리면서 남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미라의 대주교(大主敎)가 되어 성인으로 추앙받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행적으로 사후에 점점 신성화되어 수호성인이 되었고, 산타클로스 이야기가 생겨났다. 기독교가 유럽에 널리 퍼지면서 성 니콜라우스의 전설도 각지에 전해지게 됐다.

유럽에서는 그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12월 6일에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이 생겨났다. 이때 선물을 나눠주는 이가 추기경의 색이라고 일컫는 '심홍색(Magenta)' 가운으로 온몸을 감쌌다고 한다.

종교개혁이 일어난 16세기 이후 신교를 받아들인 유럽에서 천주교의 성인이었던 성 니콜라우스는 점차 잊혀져갔다. 그러나 네덜란드에서 천주교를 지키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전설이 전해져 12월 6일의 행사가 계속되었다. 그중 일부가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이주하면서 성 니콜라우스의 전설이 산타클로스라는 이름으로 신교도들 사이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1822년 뉴욕에서 신학자 클레멘트 무어가 그의 전설을 바탕으로 『크리스마스 전야』라는 시집을 출간했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성 니콜라우스에 대해 “장밋빛 얼굴, 눈처럼 새하얀 턱수염, 뚱뚱한 체구의 할아버지”라고 묘사하며, 현재와 같은 신체 이미지가 완성되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산타클로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모피로 감싼 모습으로 표현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는 그 할아버지, 빨간색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는 언제 만들어진 이미지일까? 놀랍게도 1931년 코카콜라의 광고에서 비롯되었다. 사실 코카콜라의 크리스마스 시즌 마케팅이 펼쳐지기 전까지 산타클로스는 대중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종교적 인물이었기 때문에 더 유명해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금의 이미지는 1930년대 해돈 선드블롬이 코카콜라 광고를 제작하면서 완성되었다. 코카콜라는 산타클로스를 광고에 이용한 최초의 음료 회사는 아니었지만, 산타클로스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하나의 캐릭터로 발전시켜나가면서 다른 음료 회사와 차별화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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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rtihol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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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rtiholics.com>

해돈 선드블롬은 산타클로스가 콜라를 마신다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코카콜라의 상징인 빨간색과 하얀색을 산타클로스의 의상에 도입했다. 그는 1932년부터 1964년까지 산타클로스를 그렸는데, 혼자 있거나 아이들과 함께하는 등 해마다 다른 상황을 설정하여 산타의 초상을 발전시켰다. 코카콜라의 광고를 맡은 다르시(D'Arcy)는 세심하고 통일성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면서 빨간색과 흰색의 배색, 병의 위치 등 사소한 부분까지 사전에 주의 깊게 계획했다. 통일된 일러스트레이션과 시의성을 갖춘 마케팅 전략, 소비자의 환상이 한 데 뒤섞여  산타클로스는 코카콜라를 상징하는 캐릭터가 되었다. 이 도상은 2차 세계대전 말에 유럽에 전해졌고, 마치 실존 인물처럼 정형화된 모습으로 전 세계에 널리 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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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heweek.com>

빨간 코를 가진 순록 ‘루돌프’도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이미지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코카콜라 마케팅의 산물이다. 코카콜라는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굴뚝에서 내려오는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때부터 순록이라는 캐릭터도 주목을 받게 된다. 시카고 몽고메리 워드 백화점은 소비자들이 지니고 있는 산타클로스에 대한 환상을 더욱 극대화하면서 매출을 증대하기 위해 산타클로스를 돕는 9마리의 순록, 빨간 코를 가진 ‘루돌프’를 생각해냈다. 1939년 겨울부터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산타클로스의 모습이 담긴 삽화와 책자를 나눠주었다. 빨간색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의상을 입은 산타클로스, 빨간 코를 가진 루돌프는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되었고, 크리스마스 풍경의 주인공이 됐다.

문득 한 랩퍼가 힙합 경연 프로그램에서 “사실 산타는 없거든.”이라고 말한 장면이 떠오른다.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의 대표적 도상이기도 하지만, 동심의 상징이기도 하다. 종교 인물에서 시작되어 코카콜라가 마케팅을 하면서 그 캐릭터를 구체화시켰다니,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산타클로스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좀 멀다. 가상 인물이 아니라 어딘가에 실존하여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고 있을 것만 같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어렸을 적부터 그려왔던 산타는 없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캐릭터로서의 의의와 가치 덕분에 우리는 매 크리스마스를 행복하게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 참고 문헌: 21세기 연구회, 정란희, 『하룻밤에 읽는 색의 문화사』, 예담,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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