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 몬스터, 한국적 매력으로 LA를 사로잡다
By 오누리 (스토리텔러)
국내에서 안경 브랜드로 유명한 젠틀 몬스터(Gentle moster)가 로스엔젤리스에 5, 000 스퀘어(SQ)의 두 번째 부티크(boutique)를 열었다. 그것도 예정보다 더 일찍. 미국 서부 최초의 매장으로 미국 내 두번째 매장의 론칭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포부를 매장 안을 들여다 보면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초현실적 조각품과 수공예 오브제, 움직이는 설치들은 방문객들이 ‘수확의 단계’ 속으로 이끌려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00개의 금속 막대들로 구성된 논들이 잔잔히 물결치는 반면, 니트 디자이너 김미수 디자이너(미수 아 바흐브 브랜드)가 만든 러그를 통해 광택이 나는 공간에 부드러움을 연출했다. 그리고 그들의 감각적인 안경들은 수확 견인차의 칼날 대열에 맞춰 대리석과 진열된 금속 선반 위에 선보여졌다.
관전 포인트는 홀 센터에 자리 잡고 있는 작품인 키네틱 아트(전위 예술로 동력이나 조명에 의해 동적 변화를 나타내는 것)로 한국 전통 기구인 타곡기에 영감을 받았다고 전한다. 젠틀 몬스터 아트팀의 노력으로 시도된 다중적 예술 시도는 시간과 공간을 재료로 전통적 기계와 현대 디자인 사이의 이질감을 초현실적으로 아우르게 했다. 동시에 반복적인 벨 소리(수확의 마지막 단계를 상징하는 것)는 더욱 관람자들이 스토어의 분위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영상부터 패션에 이르는 한국과 관련한 독창적인 장면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더욱 자아낸다. 교수인 동시에 전 큐레이터를 역임했던 김한국씨가 설립한 젠틀 몬스터는 세탁소, 과학의 법칙, 욕조 하우스 등과 같은 독특한 컨셉으로 브랜드 특유의 시각적 즐거움이 팝업 스토어에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5 부산 젠틀 몬스터 플래그쉽 스토어 이미지;사진 출처_USQBC.org 사이트>
<2017 로스앤젤로스 다운타운 젠틀 몬스터 플래그쉽 스토어 이미지;사진 출처_하입비스트>
가장 최근에는 2011년 론 프릭이 주장하는 환생과 관련한 다큐멘터리 ‘Samsara’에 영감 받아 ‘움직이는 축제(moveable feast)컨셉으로 싱가포르에 팝업 스토어를 선보였다. 이처럼 틀을 깨는 실험적 문화공간을 제시하고 라이프 스타일을 함께 제안하고 있는 젠틀 몬스터는 짧은 주기로 매장을 바꾸는 것으로도 소비자와 업계 모두를 놀라게 한다. 마치 기획은 전시처럼. 하지만 전시보다 더 자주. 공간에 활력과 공간의 완성도는 관람객, 즉 소비자들이라는 기획자의 잠재적 전제를 추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관람객들이 찾지 않는 공간은 죽은 공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처럼 민첩하고 유연한 공간 연출은 제품 출시의 주기만큼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젠틀 몬스터를 통해 알게 된다. 문화 공간으로서 매장에 대한 관심의 지속성은 브랜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며, 젠틀 몬스터의 성공이 이를 입증한다.
어떤 매개를 통해 소비자에게 브랜드 경험을 영리하게 제공 할 수 있을지가 모든 디자인 브랜드의 화두인 것만은 사실이다. 젠틀 몬스터의 영리한 선택은 바로 ‘소비자’라는 정의를 달리 내리고 그에 맞춰 브랜드 경험의 매개를 실험적인 동시에 민첩한 대응으로 변화를 주었다는데 있다. 이번 로스앤젤로스의 2호점 부티크 역시 아직 낯선 자신들의 브랜드를 자발적으로 경험하기 위해 잠재적 소비자들이 부티크 안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도록 아트 페어를 연상케 하였다. 마치 뉴욕의 모마(MOMA)와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이 대중에게 외면 받지 않은 이유와 닮아 있다. 난해하고 현대적인 예술품들로 대중에게 낯선 풍경을 경험하게 하지만 궁금증으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다양한 테마와 전시 기획의 로타는 재방문 확률을 높이는 것까지 말이다. 이번 로스앤젤로스에 젠틀 몬스터의2호점이 심어줄 브랜드 이미지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열어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