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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니니즈'(NINIZ), 그 살얼음판의 세계관
20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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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카카오 '니니즈'(NINIZ), 그 살얼음판의 세계관

By 양진이 (스토리텔러)

2012년 카카오 프렌즈를 선보인 카카오는 새로운 캐릭터 '니니즈'를 지난 11월 말 출시했다. 압도적 사용자 수를 기반으로 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새 캐릭터인 만큼 사람들의 기대감도 컸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면서 캐릭터 각각의 디자인과 스토리를 탐구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났다. 하지만 카카오의 새로운 야심작이 될 것이라던 기대와는 다르게 니니즈는 여러 논란을 불렀고, 인기 면에서도 카카오 프렌즈에 밀리고 있다. (출시 1달이 채 안된 12월 현재 이모티콘 다운로드 순위 70위권대).

첫 인사부터 ‘가까이 가지 마시오’ 경고하는 니니즈를 관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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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니즈의 스토리의 배경 ‘스노우 타운’ 과 캐릭터 소개 화면 (출처=http://niniz.kakao.com)

1. ‘스노우 타운’의 니니즈- 살얼음판의 세계관
니니즈는 동물을 모티브로 한 8마리의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이들은 각자의 사연을 지닌 채 미지의 공간 ‘스노우 타운’에 살아 가고 있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마을의 지도는 마치 ‘반지의 제왕’ 의 배경을 연상시킨다. 빙하가 떠다니는 얼음 바다 아이스 비치, 안개가 낀 침울한 미스티 레이크, 침엽수가 빽빽히 자라는 살얼음판의 창백한 북유럽 숲 사이에는 공동묘지와 타버린 이글루, 파괴된 병원이 있다. ‘빙하와 눈으로 뒤덮인 미지의 스노우 타운, 그곳에서 살고 있는 너무나 귀엽고 무해해 보이는 녀석들, 과연 정말로 무해한 녀석들일까?’ 라고 소개하고 있는 니니즈는 살벌한, 귀여운 동물 얼굴 뒤로 숨은 복수의 사연을 안은 살얼음판의 세계관을 예고한다. 기존 카카오프렌즈가 유머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컨셉으로 캐릭터들이 콘셉트가 기획되었다면, 니니즈만큼은 미스터리한 판타지의 세계관으로 볼 수 있다. 지배적인 분위기는 생선 뼈, 해골, 무덤에서 풍기는 것처럼 죽음이 연상된다.

2. 성인용 애니메이션? 잔혹한 비하인드 스토리
니니즈는 청소년을 비롯해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다. 카카오톡의 대중적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그 '적절성' 여부는 충분히 논쟁거리다. 모든 콘텐츠가 밝고 상냥할 필요는 없지만, 선정적인 행동과 폭력적인 이름들, 움직이는 이모티콘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특정 행동을 단순 반복하는 형태의 디자인은 무의식적으로 강하게 각인된다는 이유에서다. 순화되지 않은 말투, 자살 암시 등의 행동은 사뭇 파격적이다.
 

그림1.jpg사진= 니니즈 이모티콘

니니즈의 캐릭터는 총 7종 8마리로 북극곰이었지만 토끼가 된 스카피, 추운 것을 싫어하는 쌍둥이 펭귄 케로와 베로니, 비밀이 많은 공룡 죠르디, 초콜릿을 사랑하는 하프물범 앙몬드, 탐정 콤비 까마귀와 하마 콥과 빠냐이다. 생선뼈를 토해내는 팬다, 좋은 삶이었다고 회상하며 죽어가는 앙몬드, 스스로를 쓰레기라고 비하하는 모습까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이모티콘은 ‘극악무도하고’ ‘악랄한’ 성향의 캐릭터들을 더욱 선정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림2.jpg사진= 팬다 주니어의 비판 여론 논란 전후 캐릭터 스토리 변경 (출처=카카오 니니즈)

복수를 하려는 사연을 가진 팬더 주니어. 패밀리 이름이 ‘한놈만’으로 ‘팬다 한놈만’이 이름인 것이다. 한놈만 노린다, 한놈만 친다, 한놈만 패니 의 작명 센스에서 보듯 다소 거칠고 고압적이다. 북극곰의 씨를 말려 버리는 것이 목표라는 설명도 논란이 되자 삭제되었다. 질질 끌고가는 인형의 모습도 어쩐지 섬뜩하게 느껴진다. 니니즈에 부여된 영혼은 거칠고 의뭉스럽지만 캐릭터의 디자인은 평면적이고 단순하다. 모티브가 된 동물의 모습에서 크게 변형이나 창작된 모습 없이 이목구비는 작고 감정은 표정이 아닌 행동과 말풍선으로 메시지를 드러낸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니즈의 시도는 카카오 프렌즈와는 아주 상반된 기획과 콘셉트, 스토리와 디자인 외적 요소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시도라는 면에서는 성공적인 듯 보인다. 이는 바꿔 말하면 ‘귀엽고 유머러스’해야 한다는 이모티콘 생태계에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숙주에 기대어 다른 존재가 기생을 하거나, 육신을 조종당하고 있는 캐릭터의 사연 등, 기괴한 캐릭터를 이모티콘의 영역에서 먼저 출범했기 때문이다. 각각의 스토리와 배경이 되는 스노우 타운의 세계관과 사연은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형태의 긴 호흡으로 푸는 것이 더 적절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모티콘이라는 매체를 시작점으로 선택한 것은 큰 도전이다.

귀여운 얼굴 덕에 여러 가족들에게 입양되지만 그들이 머물다간 집에선 사건 사고들이 끊이지 않는 케로와 베로니도 연쇄 살인 혹은 범죄를 예고하여 서로 유기적인 스토리와 행동이 호기심을 유발한다. 니니즈의 공식 인스타로는 스노우 타운이 배경이 되어 추리 탐험을 하듯 단편적인 이미지들이 서비스되고 있다.

초기의 이모티콘 디자인은 활자라는 언어의 특성을 아주 충실히 대변하는 로고의 기능이 강했다. 인사나 짜증과 졸림 과 같은 단순한 감정표현, 돈이나 술과 같은 사물을 버튼 누름 하나로 의사소통 하기 수월하고 재미의 기능이었다. 카카오 프렌즈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미묘한 상황과 감정을 위트있게 디자인하였고, 니니즈는 캐릭터와 스토리 자체를 소비하도록 기획된 듯 보인다.

다만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새로운 시리즈를 내면서 ‘사악함’을 모두 배제한다면 (평이한 디자인 때문이라도) 캐릭터의 개성과 설득력을 잃게 되고, 기존의 '살인 예고'와 같은 콘셉트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카카오의 이미지 하락이 우려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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