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의 교훈이 지속가능성으로…
제프리 러들로 “광고는 기후위기에 위협”
레이 윙클러 “공연에도 적용하는 친환경”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팬데믹은 인류의 삶 전반에 위기를 초래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미래는 예측불가능하기때문에 지나친 낙관론과 확신은 위기 속에서는 금물이라는 교훈을 줬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위기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선 현 시대에 대한 통렬한 반성,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해진 것이다. 통찰력을 가지고 현재를 바라본 전문가들은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민했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21에 연사로 참석한 제프리 러들로와 레이 윙클러는 각기 다른 분야에 종사하고 있지만, ‘더 나은 내일’을 바라보는 시각은 같았다. 프라다, 애플의 브랜딩을 담당한 제프리 러들로는 ‘지속가능한 광고’를, 퀸 롤링스톤스, 비욘세 등 팝스타들의 공연무대를 디자인한 레이 윙클러 스투피시 엔터테인먼트 아키텍츠 CEO는 ‘지속가능한 공연’을 미래 가치로 꼽았다. 팬데믹이 불러온 위협은 산업의 기반을 흔들고 우리의 내일을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레이 윙클러 CEO는 “달라지는 세상에 맞춰 함께 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변화의 촉매가 우리를 존속시키고, 새로움에 대한 탐구와 갈증을 지속시킨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 감염병은 광고계에 경종을 울렸다. 제프리 러들로는 “팬데믹으로 인해 ‘사이니지(광고판)’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며 “거대한 규모로 도시 인프라 내부에 존재하며 감염병 예방을 위한 각종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다수에게 효과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사이니지는 코로나19로 인해 부쩍 늘었다. 제프리 러들로는 그러나 “이러한 광고판은 기후위기에 위협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제 발표에서 “9x6인치 사이니지가 100g에 달하는 아크릴 쓰레기를 만들고, 전 세계적으로 96만여 개에 달하는 옥외 사이니지 광고판이 분해되기까지는 400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옥외 광고가 오염을 일으키는 요소”라며 “건축가와 디자이너 모두 인식을 재고하고, 시각적 측면이 아닌 공해 측면에서 사이니지를 이해하고,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이니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팬데믹 시대의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대대적인 변화가 요구됐다. 세계적인 가수들은 월드투어는 물론 각국 내 대규모 공연조차 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무대 디자인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건축’을 선보인 스투피시는 위기에 맞서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다. 팬데믹 시대에도 수천 명의 관객들이 모일 수 있는 공연장인 ‘버티컬 시어터’를 선보였고, 증강현실을 활용한 무관중 온라인 공연을 시도한 것이다. 특히 지붕이 없는 건축물인 버티컬 시어터는 사방으로 환기가 가능하도록 했고, 관객들이 동시에 입장해도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설계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퍼질 수 없는 친환경 공간을 엔터테인먼트에도 적용했다”며 “월드투어, 스타디움 무대를 만들 때도 도입해야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레이 윙클러 CEO와 스투피시는 “팬데믹을 통해 기술의 혁신과 진화”를 목도했고, 공연 산업의 화두인 “지속가능한 방식의 투어를 고민”하고 있다. 스투피시에선 이미 무대 건축에 사용한 재료의 80~90%를 재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무대로 다시 선보이고 있다. 또한 그는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 자체로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며 ”투어 무대의 설치물을 가볍고 작게 다자인해 운송에 동원하는 차량, 비행기 등 이동수단을 줄이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성은 말로만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기여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보다 영리한 방식으로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승희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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