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연설-배우·업사이클 브랜드 대표 공효진
배우 공효진은 기조연설에서 “완벽하지 않아도 좋으니 나 하나가, 내 소소한 관심이, 이 사소한 행동이 지구를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자꾸 자각하고, 용기를 내 자꾸 실천하자”고 밝혔다. 박해묵기자/mook@
“자꾸 자각하고, 자꾸 실천하고, 자꾸 용기를 낼 수 있는 여러분이 되면 얼마나 더 세상이 아름다워질까를 이야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연분홍 원피스를 입고 1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호텔 서울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19’에 참석한 배우 공효진은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배우 인생 20여년 가운데 처음으로 연기가 아닌 환경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무대 위에 오른 그는 일상 속 환경 보호의 첫 걸음이 ‘자각·용기·실천’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배우이자 환경애호가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슈퍼매직팩토리’를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공효진이지만, 처음부터 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에게도 ‘자각’의 순간이 있었다.
부모님 그늘 아래서 지내다 독립을 하면서 ‘나만의 공간’에 대한 의식이 생겼다.
멀쩡한 걸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집에 쟁여두고 쌓아놓다보니 가능한 필요한 것만 구입하게 됐고, 집안일을 하는 과정에서 절약과 재활용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러던 중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고 뉴욕 1년 살기 프로젝트를 기록한 ‘노 임팩트 맨’이라는 책을 접하면서, 자신 역시 환경을 의식해 실천했던 것들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면 좋겠다 생각했다. 일상 속에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간단한 행동을 제안한 환경 에세이 ‘공책’은 그렇게 나왔다.
아름다운 자연과, 그것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아이들을 만난 발리의 생활은 보다 적극적인 실천으로 이끌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퍼센트가 패션업계에서 방출된다는 사실은 공효진이 패셔니스타라는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물론 실천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공효진은 이 자리에서 “환경과 관련된 책을 낸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이 ‘네가 네 무덤을 파는 거다’, ‘네가 뱉은 많은 말들이 너에게 큰 책임감으로 돌아올 것이고, 그 말에 충실하지 못할 때 많은 비난과 질타를 받을 것이다’라고 만류했다”고 회상했다.
그 역시 ‘어쩌면 일회용품을 쓰는 자신의 모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실제로 그는 지금도 일상에서 일회용 제품들을 적게나마 사용하고 있다.
최소화 하기 위해 늘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촬영 현장 등 불가피한 상황이 적지 않다. 스스로를 환경운동가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효진은 “촬영 현장에서 수많은 스텝들과 다 같이 끼니를 해결해야 할 도시락이 오면 ‘저런 일회용 제품 쓰면 안되는데’ 라는 말을 할 수 없다. 먹고나서 이걸 깨끗하게라도 재활용 하자는 말은 촬영 준비만 하기에도 힘든 스탭 분들에게 귀찮고 힘든 일이 될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공장이 아닌 자신과 두 디자이너가 손으로 일일히 만든 슈퍼매직팩토리 제품이 ‘재활용품’이고 ‘삐뚤빼뚤’한데 비싸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하지만 완벽하지 못하다고 외면하기에 ‘환경보존’은 너무나 중요한 담론이었다.
공효진은 “완벽하게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못해’,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이 자리에 섰다”면서 “(여러분도) 한번이라도 실천할 수 있을 때 실천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사소하지만 하루하루가 모이고 한 번, 한 번의 모멘트들이 모이면, 또 그게 열 명, 백 명, 천 명이 되면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 얼마나 오래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을지, 그런 큰 영향을 본인이 끼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자꾸 자각하고, 자꾸 실천하고, 그리고 자꾸 용기를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말은 그가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했다.
박혜림 기자 / r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