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디자인포럼 2017] 까르메 피젬 “최상의 건축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만든 조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30년 간 외길 개척
-동료 3인과 공동작업, 창의력 시너지 효과
-단일 재료, 공간에 기운을 뺏기지 않는 비법
[헤럴드경제=이정주 기자] 지난 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 2017’에 연사로 나선 까르메 피젬(Carme Pigem)은 자신의 건축 철학인 ‘자연과 조화’를 강조했다. 자신이 태어난 스페인 카탈루냐를 일터로 삼으며 2명의 동료들과 30년째 같은 길을 걸어온 피젬의 강연은 그래서 그녀의 잔잔한 목소리에 불구하고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2017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스페인 건축그룹 RCR 공동설립자인 피젬은 자신이 머물고 있는 카탈루냐와 사무실에 대한 설명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녀는 “저는 카탈루냐 지방 북부에 살고 있다”며 “이곳은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지형이지만 자연 경관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빚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일하는 공간은 바르베리라 불리는 곳으로 과거에는 주조공장이었다”며 “여기 살면서 공간을 통해 특정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방법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건축을 통해 사회에 접근하는 것이 자신만의 방식이라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동료 건축사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의 협업의 장점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피젬은 공동 사무실에서 같은 책상을 쓰고 있는 사진을 보이며 “저와 라파엘, 라몬은 이런 방식으로 창의력을 공유한다”며 “대부분 창의력은 개인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3명이 일할 때 발생하는 시너지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 작업을 통해 ‘더 빨리’는 아니더라도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녀는 이 대목에서 ‘공유된 창의력은 평범한 사람들도 비범한 결과를 낳게 한다’는 한 스페인 작가의 명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피젬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상징하는 대표작들을 차례로 보여주며 강연을 이어갔다. 우거진 수풀 속에 놓인 원형의 육상트랙 사진에 대해 그녀는 “이 육상트랙은 산 속에 있다”며 “단순히 ‘빨리 달리기’ 위한 공간이 아닌 ‘자연 속에서’ 뛴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