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아름다움, 음식과 디자인
가히 ‘음식의 시대’라 할 만한 때입니다. 텔레비전을 틀면 맛집 정보와 요리 경연, 그리고 음식비평까지 실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침샘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그런데 보면서 늘 아쉽습니다. 담음새는 어떤지, 차림새는 어떤지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서 입니다. 이젠 단지 음식이 아니라 ‘담음’과 ‘차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음식과 관련된 디자인은 무엇보다 ‘기능’이 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얼마전 한 도자기회사에서 유명 셰프들과 함께 그릇 디자인을 시도했습니다. 한 막걸리회사에서는 그 막걸리에 마시기 좋은 잔을 디자인했다고 하구요. 좋은 의도입니다. 그릇 따로 음식 따로가 아닌, 이 둘이 어우러져 음식을 돋보이게 하고 음식을 담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편한 그릇이야말로 음식문화의 완결판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상차림 <사진출처=객원에디터 정희정 제공>
한국의 음식문화를 연구하고, 미술사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그릇의 역사와 쓰임에 관심이 있어왔습니다. 세계 여러 박물관들을 다니며 예상치 못한 그릇모양과 세팅에 놀라기도 하고 현지에서 식사할 때 음식의 맛 뿐만 아니라 색다른 그릇과 식사도구의 멋을 즐기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음식문화는 단지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음식과 그것을 담는 그릇, 그리고 차리는 것까지 모두 어우러져야 합니다. 우리가 매일매일 먹는 한 끼의 식사, 한 잔의 차는 오랜 시간을 거친 문화적 결과이며 당대 사회적, 경제적 환경 속에서 결정된 문화적 현상입니다.
로코코 찻잔세트 <사진출처=빅토리아앤앨버트미술관 홈페이지>
대통령의 식기 <사진출처= 객원에디터 정희정 제공>
화려한 로코코시대에 사용한 그릇에는 로코코의 정신과 사회적, 경제적, 물질적 배경이 담겨있고, 조선시대에 사용한 그릇에는 조선의 철학이, 현대 대통령이 사용하는 공식 그릇에는 당대의 정치철학이 은연중에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한 잔의 찻잔에도 당대의 물적 토대 위에 나의 취향이 담겨있답니다.
오늘 내가 선택한 그릇은 무엇일까요?
에코준 오리지널 그린컵 <사진출처=객원 에디터 정희정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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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은 이화여대에서 식품영양학 학부, 석사, 박사 과정을 거쳤으며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가나아트센터 큐레이터,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이화여대 연구원으로 각종 문화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동저서로 <종가의 제례와 음식> 시리즈, <한국의 무형문화재 시리즈 – 채상장> 등을 저술했다. 정희정은 특히 한국의 음식문화를 연구하고 미술사를 전공하는 과정에서 그릇의 역사와 쓰임에 큰 관심을 갖고 그릇과 조리도구의 디자인, 담음과 차림이 잘 어우러진 상차림의 중요성에 대해 즐겨 얘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