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위한 공기같은 건축 추구…무너진 건물도 작품이 된다
“나는 건축을 보다 자유롭게 생각하기를 원합니다. 건축이 이러해야 한다는 식상한 관습을 뛰어넘어 가능한 한 가변적이고 확장성을 갖고, 미묘하고 창의적인 것으로 시야를 확대해주기 때문입니다.”
건물의 형태로 완성된 그의 첫 작품인 ‘가나자와 공과대학 공방’(2009년 작)은 이런 철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시가미는 낡은 대학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1983㎡ 부지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단층 유리건물로 공방을 지었다. 내부에는 하얗고 가느다란 강철 기둥 305개가 불규칙한 위치에서 천장을 떠받치고 있어서 흰 자작나무로 가득한 숲을 연상시킨다. 이시가미는 이 건물에 자유를 담기 위해 개방성을 극대화했다. 학생, 교수 할 것 없이 누구나 공간을 이용할 수 있으며, 내부에 고정된 시설물이 없어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공간이 완성되는 유동적인 구조다. 특히 사면을 투명한 유리로 감싸 내부와 외부의 경계마저 거의 소멸시켰다.
내ㆍ외부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구획을 나누되 단절은 일어나지 않도록 한것이다.
이듬해 세계 최대 건축 행사인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이시가미가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을 때는 이런 개념을 더욱 극단으로 밀어붙였다.그는 전시에서 너무 가늘어 가까이 가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0.9㎜ 짜리 탄소 섬유로 가로ㆍ세로 14×4m, 높이 4m의 건축물을 세우려했는데, 작업 도중 무너지는 바람에 무너진 그대로 전시해야 했다. 당시의 전시 주제가 바로 ‘공기와 같은 건축’이다.
이렇듯 그의 아이디어는 현실에서 실현되기는 물리적으로 상당히 까다로와 실제 건물로 완성된 사례는 많지 않다. 그의 전시회는 건축 전시회라기보다는 조형 예술 전시회에 더 가깝다는 평이 많고, 건축도면이 전시물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시가미는 한 인터뷰에서 “건물이나 모형, 도면은 모두 건축을 설명하는 수단이며, 도면이 건축 자체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도면은 실제 건물을 만들 때 처리해야만 하는 중력이나 무게감, 밀도와 같은 면을 무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