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칼럼
그녀의 취향, 세브르 찻잔세트
  • 디자인포럼 에디터
  • 2016.11.23
  • 5,035
  • 0

그녀의 취향, 세브르 찻잔세트

정희정(객원 에디터/문화사학자)

바쁜 일상 속에서 한 손에 잡히는 작은 종이컵에 담긴 믹스커피는 참 따뜻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하고 싶어 마음에 드는 잔을 사기도 하지요. 머그컵이 좋을지, 텀블러가 좋을지, 차받침까지 딸린 전통적인 것이 좋을지도 고민하고, 모양이 정해지면 어떤 디자인과 문양이 좋을지도 고민하게 됩니다. 나의 취향이 가득 담긴 찻잔을 고르기란 쉽지 않지요.

이 찻잔은 어때요?

 

a.jpg

세브르 차 세트, 1757-1758, 빅토리아앤앨버트미술관 소장

2.jpg

부쉐의 퐁파두르부인, 1756

<사진출처 = Wikimedia Commons>

단 한 명을 위한 찻잔세트. 완벽한 로코코의 찻잔이랍니다.

로코코의 상징인 프랑스의 퐁파두르부인은 작은 찻잔에 그녀의 취향을 담았습니다. 그녀의 색이라고 불리었던 로즈핑크, 그리고 당시 로코코 가구 장식에 사용했던 금색 테두리 장식기법을 도자기에 도입한 것입니다, 그리고 쟁반까지 도자기로 완벽하게 구성한 찻잔세트는 ‘카바레’라고 불린 프랑스 왕실과 상류층을 위한 찻잔세트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차가 크게 유행한 적이 없지만 18세기 중후반에 왕실과 상류층에서만 마셨답니다. 침실에서 홀로 진한 차에 설탕을 넣어 마시는 사치를 위한 거지요. 

이렇게 화려한 로코코를 그대로 담는 그릇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정책과 오랜 시간, 노력이 필요했답니다. 동양에서 고급 차를 수입하면서, 이에 걸맞는 찻잔을 마련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겠죠. 처음엔 차와 함께 중국의 도자기가 수입되었지만, 그릇수입에 계속 많은 비용을 지불하다보니 유럽은 그들의 도자기를 만들고 싶었답니다. 유럽의 여러 왕실에서는 연금술사, 화학자들에게 도자기를 만들도록 시켰는데 얇고 가볍고 반짝이는 그릇의 비밀을 몰라, 유리를 섞은 그릇까지 만들었답니다. 드디어 18세기 초반 독일 마이센에서 제대로 된 도자기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유럽은 점점 자신들의 음식문화와 취향이 반영된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사실 도자기는 당시 최첨단 산업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흙이 도자기로 변하는 온도, 1250도. 그 온도를 넘어야 흙 속의 규소가 녹아 완벽한 자기를 만들 수 있거든요. 이는 얇고 가벼운 그릇을 의미하고, 완벽한 방수를 의미하지요. 이전에도 유럽에서 도기를 만들었지만 그 온도만큼 가마를 운영할 수 없었고, 필요한 흙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답니다. 유럽 각 왕실에서는 스스로 도자기를 만들고 싶어 해서 그 경쟁이 대단했었답니다.

프랑스의 루이 15세도 도자기 산업에 관심이 많았답니다. 1745년부터 왕의 표시를 도자기에 사용하도록 할 정도였지요. 여러 가지 색들을 실험했고, 정교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화가들이 참여하면서, 때로는 조각가도 참여하면서 프랑스 세브르 도자기는 로코코의 정점에 서게 됩니다. 독특한 로즈핑크, 아름다운 푸른색을 도자기에서 성공하고, 테두리에 금색을 칠하는 것은 취향만으로는 불가능하지요. 과학이지요. 그러나 과학만으로는 세브르 도자기가 완성될 수는 없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여기에 디자인적 감각을 발휘한 사람이 앞에서 말한 퐁파두르부인입니다. 그녀는 루이 15세의 애첩이었답니다. 『베르사유의 장미』라는 만화에서 마리 앙트와네트의 숙적으로 패션경쟁을 한 것으로만 알려졌지만, 그녀는 그녀 감각을 도자기에도 사용하면서 프랑스 문화산업 육성에 큰 도움을 주었답니다. 어느새 왕의 사랑은 희미해졌지만요.(세브르 도자기를 한창 만들 때 루이 15세는 이미 새 애인이 생겼어요.)

루이 15세의 정책, 지속적 관심과 과학적 실험, 여기에 디자인 감각까지 더해져 완성된 프랑스 세브르도자기는 유럽 다른 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상품이 되었답니다.

2.png

세브르 차 세트, 1760-1761, 빅토리아앤앨버트미술관 소장

한 사람을 위한, 때로는 단 두 사람만을 위한 찻잔세트. . 
이 독특한 모양의 쟁반은 원래 디저트 접시로 디자인 된 것인데, 루이 15세의 명령으로 찻잔세트 구성으로 만들어졌답니다. 쟁반, 두 개의 찻잔과 찻잔받침, 그리고 설탕단지, 차 주전자. 이 옅은 터키블루도 퐁파두르부인의 영향이라고 하지요.
퐁파두르부인처럼 직접 만들 수는 없어도, 언젠가는 나의 취향이 잘 반영된 찻잔세트를 하나 장만하고 싶네요.

 

 <사진출처>

http://collections.vam.ac.uk/item/O99009/tasse-gobelet-hebert-cup-sevres-porcelain-factory

http://collections.vam.ac.uk/item/O99163/tasse-gobelet-hebert-cup-sevres-porcelain-factory

 

-------------------------------------------------------------------------------------
▶정희정은 이화여대에서 식품영양학 학부, 석사, 박사 과정을 거쳤으며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가나아트센터 큐레이터,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이화여대 연구원으로 각종 문화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동저서로 <종가의 제례와 음식> 시리즈, <한국의 무형문화재 시리즈 – 채상장> 등을 저술했다. 정희정은 특히 한국의 음식문화를 연구하고 미술사를 전공하는 과정에서 그릇의 역사와 쓰임에 큰 관심을 갖고 그릇과 조리도구의 디자인, 담음과 차림이 잘 어우러진 상차림의 중요성에 대해 즐겨 얘기하고자 한다. 
 

RELATED READ
댓글쓰기
0/200자
댓글 (0)